환율전쟁

화폐란 무엇인가?

화폐는 인간의 공통된 약속으로 상품 교환을 편리하게 하기 위한 일종의 도구입니다. 화폐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사회 구성원의 동의와 신뢰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세계 1차대전을 패배한 독일 정부는 프랑스와 영국에 막대한 양의 전쟁 보상금을 지불하기 위해 마르크를 찍어냈습니다. 그 결과 마르크의 가치는 빠르게 하락했고, 마르크는 사람들의 신뢰를 잃어버려 독일 경제는 붕괴했죠. 하지만 그 당시 독일의 상황을 생각해보면 그들의 결정도 일리가 있는 것 같습니다. 왜냐면 전쟁 직후 이미 경제는 점점 침몰하고 있었고, 그러한 상황에서 막대한 전쟁 보상금까지 지불해야하니 독일 입장에서도 다른 방법이 없었을 것 같습니다. 독일의 예시에서 알 수 있듯이 화폐의 양은 적절히 통제되어야합니다. 만약 화폐가 너무 적거나 많아진다면 실물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줍니다.

무역적자는 꼭 나쁜걸까?

17세기 영국에서는 청나라의 차와 도자기의 인기가 굉장했습니다. 영국은 금과 은을 지불하여 많은 양의 청나라 물건들을 수입했습니다. 반면 청나라는 영국의 물건을 거의 수입하지 않았습니다. 영국의 금과 은은 일방적으로 청나라로 흘러갔죠. 무역수지 불균형으로 영국은 점점 가난해지고 청나라는 점점 부유해졌습니다. 이런 일방적인 무역적자는 경제에 치명적입니다. 이 흐름대로 유지된다면 영국의 모든 금과 은은 청나라로 흘러가고 영국은 결국 빈털터리가 되기 때문이죠. 영국은 무역적자를 메꾸기 위해 청나라에 마약인 아편을 수출했습니다. 그 결과 무역수지는 거의 균형을 맞추었습니다.

하지만 무역적자가 무조건 나쁜건 아니라고합니다. 무역적자가 발생한다는것은 다른 나라의 물건을 많이 수입한다는 뜻이고 그 결과 무역적자국의 화폐 가치는 하락합니다. 화폐가치가 높은 무역흑자국에서는 무역적자국의 물건을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게되면서 무역적자국의 수출이 늘어나고 다시 그 결과 무역수지의 균형이 맞춰질 수도 있다고 합니다.

금본위제는 왜 사라졌을까?

금본위제는 금을 기준으로 화폐를 발행하는 것입니다. 예를들어 금 1g 에 1달러로 비율을 고정하는것이죠. 사람들은 달러를 언제든 금과 교환할 수 있으며 중앙은행은 보유한 금의 양만큼 달러를 발행할 수 있습니다. 이런 환율제도를 고정환율제도라고 합니다. 실제 가치가 있는 물건과 화폐를 연동하는것이죠.

고정환율제도를 도입하면 환율이 안정되어 국제교역이나 해외투자에 임하는 기업의 입장에서 환율의 변동으로 인한 위험을 염려하지 않아도 되어 무역이 활성화되고 투자가 증진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금의 가치는 거의 변하지 않으니 금과 연동된 달러의 가치도 유지되는것이죠.

하지만 금본위제는 1920년대 미국의 경제 대공황을 계기로 점차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세계 1차대전이 끝난 후 미국 정부는 경기를 부양할 목적으로 통화 공급을 늘렸습니다. 그 결과 주가는 최고치를 갱신하고, 산업은 비약적으로 발전했습니다.

하지만 통화 공급량이 증가함에 따라서 인플레이션이 발생했고 인플레이션을 해결하기 위해서 미국정부는 통화 공급량을 감소시킵니다. 투자자들은 자산을 지키기 위해서 주식을 매도했고 그 결과 주가는 급락하게 됩니다. 통화 공급량이 줄어들고 유동성이 감소하자 수 많은 미국 공장에서 만든 제품들의 수요가 줄어들고 기업들은 제품을 팔아 돈을 벌 수 없어 파산하여 실업률은 증가했습니다.

이때 금본위제의 단점이 나타나게되는데, 디플레이션 상황에서 정부는 통화 공급량을 늘려 시장의 유동성을 확보해야하는데 금본위제의 특성상 발행할 수 있는 지폐의 한계가 있어 이런 위기상황에서 유동성을 공급할 수 없습니다. 그 결과 미국 경제는 점점 디플레이션의 길로 접어들고 경제 대공황이 찾아온것이죠.

결국 1971년 미국은 금본위제를 폐지하고, 달러의 유동성을 중앙은행에서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는 변동환율제도를 채택하였습니다.

일본의 잃어버린 10년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은 버블 경제 붕괴 이후인 1991년부터 2002년까지 극심한 경기침체를 말합니다. 버블이 터지기전 1980년대 일본은 대미 수출에서 엄청난 흑자를 보고 있었습니다. 미국은 엄청난 무역적자로 인한 손실을 줄이기 위해서 플라자 합의를 열어 달러를 절하시키려고 했습니다. 달러가 절하되면 달러의 가치가 떨어지고, 그 결과 미국산 제품은 가격 경쟁력이 생기기 때문이죠. 달러가치가 하락함에 따라 달러 재산의 가치도 하락했고 그 결과 대량의 핫머니가 달러에서 엔화로 이동했습니다.

일본에 대량의 자금이 유입되어 엔화 가치는 절상되고, 엔화 가치가 상승함에 따라 일본 제품의 가격이 올라 수출이 어려워졌습니다. 반면 일본에는 대량의 자금이 유입되어 주식 시장과 부동산 시장에서 투기 열기가 달아올랐습니다. 사람들은 모든 자금을 토지 매매에 쏟아부었고, 극단적인 예시로는 긴자의 1제곱미터 부동산 가격이 100만 달러를 상회했습니다. 일본 도쿄의 부동산 가격을 합치면 미국 전체를 살 수 있을 정도였죠.

이렇게 거품이 끼게된 원인은 일본 중앙은행이 엔화절상과 금리인하를 동시에 단행했기 때문인데요, 일본 정부는 금리인상으로 화폐의 유동성이 줄어들어 일본이 쌓아올린 경제 성장의 성과가 단숨에 날아갈까 우려했습니다. 그래서 엔화절상과 금리인하를 동시에 단행했는데 그 결과 국제적으로 엔화의 가치는 굉장히 높으면서 엔화의 양 자체도 굉장히 많은 상황이 된것이죠.

엔화 절상으로 인하여 수출은 점점 줄어들어 내수는 약화되고, 부동산의 말도 안되는 가격에 사람들은 이상한 낌새를 느꼈습니다. 엔화가 이렇게 많은데 엔화의 가치가 높은게 말이 안되는 상황이였기 때문이죠.

사람들은 하루라도 빨리 일본 자본을 전부 처분하려고 했고, 그 결과 부동산 가격과 주식 가격은 일제히 폭락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부동산을 사느라 빌렸던 대출금을 갚지 못했고, 기업들도 빚을 갚지 못해 파산했습니다. 그렇게 일본의 경제는 극심한 경기 침체와 디플레이션 속으로 들어가게 되었으며 오늘날까지도 아직 그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