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추천 공간

망원동

강원도

공간일기

좋은 공간을 발견하면 이 공간이 왜 좋은지 기록합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오늘 나에게 호기심을 불러일으킨 대상에 대한 관찰을 기록했다. 조용한 곳에 자리를 잡고 자기 눈으로 오랜 시간을 들여 대상을 관찰한 끝에 우리는 자신만의 통찰이라는 선물을 받게된다.

기록의 중요성은 공간일기에 국한된 내용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무언가를 기록한다는 것은 씨앗을 심는 것입니다. 씨앗에 물을 주고 가꾸면 나무가 됩니다. 만약 기록하지 않는다면 작은 뇌는 그 내용을 까먹고, 결국 아무것도 남지 않을 겁니다. 어떤 내용을 기록할 것인가에 대해서 저자는 다빈치의 예시를 들었는데요, 다빈치는 자신에게 흥미를 불러 일으키는 대상에 대해 글을 썼다고합니다. 즉 나를 중심으로 내가 흥미로웠고 관심 있던 것들에 대한 기록을 하면 그 기록들이 나중에는 큰 숲을 이룰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저는 책을 읽으면서 마음에 와닿는 구절이나, 책을 읽으면서 든 생각들을 기록합니다. 독후감을 쓸때도 이 내용들을 재구성하여 글을 작성하며, 이렇게 했을때 그 내용을 최소한 3~4번 생각해보게 됩니다. 처음에 읽을 때 1번, 기록할 때 1번, 독후감으로 쓸 때 1번, 독후감을 읽을 때 1번. 모든 것의 시작은 기록입니다. 기록을 해야 다시 볼 수 있고, 다시 봐야 그 내용을 발전시키고 반추할 수 있는 것이죠.

공간의 역할

공간은 단순히 물리적인 장소 이상의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정 공간에서 관계를 맺거나, 공간을 통해 나를 드러낼 수 있습니다.

단골바(bar)는 공간과 인간관계의 연관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데요, 바에서는 서로의 단점을 알아차릴 정도로 친하지는 않은 누군가와 우정을 쌓을 수 있습니다. 저자는 이를 중거리 관계라고 합니다. 가족이나 친구처럼 가깝진 않고 회사 동료처럼 멀지는 않은 관계죠. 가끔은 가까운 사람에게 말하지 못하는 말들을 중거리 사람들에게 말하기도 합니다. 우리가 말한 내용이 누설되거나 피해를 입힐까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그런 관계죠. 그런 면에서 바는 단순히 술을 마시러 가는 곳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공간을 통해 자아실현을 할 수도 있습니다. 공간에 나를 상징하는 물건이나 식물을 둠으로써 장소로 자신을 표현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건 컬렉션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컬렉션이 유발하는 손님과의 대화이다. 공간에 무언가를 두는게 전부가 아니라, 존재하는 물건과 나의 스토리가 있어야 진정으로 의미있는 공간이 된다고 합니다. 즉, 스토리가 있으면 나의 공간이 더 의미있는 것이죠.

스타벅스가 많을수록 그 도시의 매력은 감소한다.

스타벅스가 많아질수록 도시의 다양성이 줄어듭니다. 동네 가게들이 모두 프렌차이즈 식당으로 바뀐다고 생각해보세요. 다양성이 줄어들고 획일화 되어가는 도시는 지루할 것 같지 않나요? 구로디지털단지에 가면 노골적으로 느낄 수 있는데요, 모두 똑같은 디자인의 건물들이 각 블럭마다 위치하고 건물들의 이름들도 모두 똑같습니다. 대륭포스트 타워1차, 대륭포스트 타워2차... 건물 뒤에 붙는 번호만 다를뿐이죠. 마치 실험체에게 1호, 2호, 3호 라는 이름을 붙이는 것 같습니다. 각 블럭마다 스타벅스와 프렌차이즈 커피집이 있고 식당가에는 저녁 회식을 하는 직장인을 타겟으로 한 술집과 고깃집이 줄비합니다. 동네 서점, 옷가게, 산책 코스같이 경제성이 없는 장소는 살아남지 못합니다.

생활을 편리하게 하는 생활 인프라보다, 감성 인프라가 많은 것이 좋은 도시의 기준이다. 위 문장으로 봤을때 확실히 구로디지털단지는 좋은 동네는 아닌 것 같습니다.

제가 포르투에 갔었을 때 좋았던 점들 중 하나는 거리에 프렌차이즈 식당이 거의 없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거리를 걸으면서 동네 서점, 빵집, 옷가게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산책하기도 좋은 동네가 되는 것이죠. 반면 서울은 100m 간격으로 편의점과 스타벅스, 맥도날드가 있습니다. 경제성과 효율성만을 생각한 공간이죠.

효율성과 경제성이라는 측면만 고려하여 도시를 계획하면 획일화되고 단조로운 동네가 만들어집니다. 서울의 아파트와 고층 빌딩들은 이를 가장 잘 드러냅니다. 모두 같은 정육면체의 공간들이 나열되어 있죠. 한국에서는 정치, 빈부격차, 성별, 학벌같은 이념적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데요 획일화된 공간들이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쳐서 다양성을 존중하지 못하게 된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