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per Normal

슈퍼노멀이란?

슈퍼노멀한 제품은 2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첫번째는 '부재'입니다. 슈퍼노멀 제품은 스타일, 정체성, 독창성, 탁월성등을 지니지 않습니다. 슈퍼노멀 제품의 우수성은 그것들이 지닌 특징들이 보이지 않도로 감추는 능력에 있습니다.
두번째는 '모순'입니다. 대단한 것을 나타내는 슈퍼와 일반적인 노말이란 단어는 모순적입니다. 하지만 그들이 선정한 슈퍼노멀 제품들은 평범함의 한계를 넘어서는 동시에 평범한 것이 최상의 것이 될 수 있다는 역설을 보여줍니다.

슈퍼노멀은 친숙한 형태와 미학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노멀하지만, 그 자체가 전통적 형태, 소재 또는 생산 기술을 단순히 이용하는데 그치지 않는다는 점에서 노멀하지 않습니다. 슈퍼노멀한 제품이 되려면 제품 자체의 역할을 잘 수행하면서, 사용자를 배려한 디테일이 담겨있어야 하는 것 같습니다. 이 책을 읽고 난 후 집안의 물건 중 슈퍼노멀을 선정해봤습니다.

제가 선정한 제품은 마와 옷걸이입니다. 마와 옷걸이는 겉보기에는 평범한 옷걸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버면 사용자를 배려한 디테일이 담겨있어서 슈퍼노멀로 선정했습니다. 마와 옷걸이는 강철로 만들어져 오랜 기간 사용해도 변형이 없고 고무로 코딩되어 있어 옷이 흘러내리거나 변형이 생기지 않습니다. 또한 옷걸이 헤드의 길이가 일정해서 옷장의 옷을 통일성있게 나열할 수 있습니다. 옷걸이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동시에 옷을 배려한 디테일이 들어가있어 옷을 더 소중하게 만들어주는 제품이라는 생각이 들어 슈퍼노멀로 선정했습니다.

쓰레기통

책에서 소개된 첫번째 슈퍼노멀 제품은 쓰레기통입니다. 이 쓰레기통은 한쪽 방향으로 기울어져 있어 쓰레기를 쉽게 넣을 수 있습니다. 또한 윗 부분이 두꺼워서 쓰레기통을 쉽게 들 수 있죠. 얼핏보면 그냥 쓰레기통과 다를게 없지만, 자세히 관찰하면 디테일들이 있습니다.

종이클립

두번째 슈퍼노멀 제품은 종이클립입니다. 일반적인 클립과 다르게 끝 부분이 둥글게 되어있어 종이나 손가락이 긁히지 않습니다. 최근에 클립으로 종이를 고정했는데, 클립의 끝 부분이 날카로워서 종이에 스크레치가 났습니다. 소중한 메모가 담은 종이여서 아쉬웠었고, 행여나 클립을 꽂다가 손에 긁히면 어떡하지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둥근 종이클립이 더 인상깊었습니다. 화려하고 이목을 끄는 디자인보다, 평범하지만 세심한 배려가 녹아있는게 진정한 디자인이죠.

슈퍼노멀 책

이 책에는 총 210종류의 슈퍼노멀 제품들 중 52가지가 소개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책의 마지막 부분에는 210종류의 모든 슈퍼노멀 제품이 스케치 되어 있는데, 210번째 슈퍼노멀 제품이 바로 이 책이였습니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처음에는 본인이 출간한 책이라서 슈퍼노멀 제품에 포함시켰을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 글을 쓰면서 다시 생각해보니 통찰력이 깊고 디테일을 중요시하는 디자이너가 단순히 홍보 목적으로 리스트에 자신의 책을 넣었을리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약 책이 별로라면 자신이 앞에서 정의한 209종류의 모든 제품도 같이 부정당하기 때문이죠.

왜 그는 책을 슈퍼노멀로 선정했을까요? 슈퍼노멀로 선정된 책이라면 본질적으로 책의 역할을 잘 수행해야합니다. 책은 정보전달을 목적으로 합니다. 이 책은 사진과 간단한 설명, 인터뷰 내용이 반복되는 구조입니다. 책을 읽으면서 그들의 디자인 철학을 알 수 있었고, 새로운 깨달음을 얻었다는 점에서 정보전달의 목적은 훌륭히 해낸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물리적인 면에서 이 책은 세로 길이가 한뼘 정도이며, 책 두께는 100p 정도이므로 한 손으로 쉽게 책을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앞뒤 책날개가 넓어서 읽은 부분을 표시해두기 유용했습니다. 책 날개에는 또한 스케치가 삽입되어 있어 책을 덮거나 열때 이 책이 슈퍼노멀 책이구나를 다시 한번 인식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