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고 싶은 걸 쓰면 된다

잠깐 저의 과거사를 이야기하자면

대학교 1학년 1학기때 공부를 아예 안했습니다. 고3때 공부에만 몰두했었어서 대학교에서도 공부를 다시 하긴 싫었습니다. 게임, 농구, 음악, 축제행사, 술자리를 즐기면서 반년을 자유롭게 보냈었습니다. 그리고 학사경고를 받았죠.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는 순간 순간의 기분에 따라서 하고 싶은 걸 즉흥적으로 하면서 지냈던 것 같습니다. 그 당시에 다양한 경험을 해서 후회는 없지만, 한편으로는 그때 시간을 낭비했던 시간들이 아깝기도해요.

이 책의 초반부에 저자는 자기가 쓰고 싶은 이야기를 써야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덧붙여서 "솟아나는 감정을 있는 그대로 쓰는 건 단순한 내면의 토로에 지나지 않는다"라고 말합니다. 저의 대학교 1학년은 솟아나는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현한 시기였던 것 같습니다. 솟아나는 감정과 자유를 통제할 수 있는 기술이 부족했던 것이죠.

글은 나뭇잎과 같다고 합니다. 나뭇잎이 무성하려면 뿌리가 충분히 뻗어야 하듯이, 좋아하는 글을 원하는 대로 쓰려면 자료 조사와 글을 다듬는 과정이 밑바탕 되어야 한다고 합니다. 저의 대학교 1학년은 자료 조사와 글을 다듬는 과정이 생략된 시기였던 것 같습니다. 이 책은 분명 글쓰기에 관한 책인데, 글쓰기를 삶에 대입해서 바라볼 수 있다는게 재밌었습니다.

글쓰기에서는 자료 조사가 99% 이다.

이 글의 저자인 다나카 히로노부가 말하길
"글쓰기에서 가장 중요한건 팩트다. 최종적으로 완성된 글에서 작가의 생각이 전체의 1% 이하여도 충분하다. 그 1%도 안되는 생각을 전달하기 위해 99% 이상의 자료조사가 필요하다." 라고 합니다.

제가 쓴 글을 돌이켜보면 비율이 반대였던 것 같습니다. 99%의 내 생각과 1%의 자료조사. 왜 그랬을까 생각해보면 자료 조사의 과정은 자료를 찾고, 자료를 읽고 이해하는 상당히 수고로운 과정이기 때문에 적당한 지점에서 타협을 했던 것 같습니다.

자료 조사를 잘하는 비밀은 바로 도서관을 이용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원하는 주제의 책을 여러 권 읽으면서 그 주제에 대해서 깊이있는 이해를 하는 것이죠. 그리고 그 과정에서 그 주제에 대해서 애착이 가는 부분을 글로 쓰라고 합니다. 자료 조사를 바탕으로 본인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써내려가면 글이 재미있고 뿌듯할 것 같지 않나요?

거인의 어깨위에 올라서라

무인도에 한 아이가 갇혔습니다. 다행히 그 무인도는 과일과 식량이 풍부해서 아이는 무인도에서 10년동안 건강하게 살아남았습니다. 그리고 아이는 10년동안 생활하면서 혼자서 사칙연산을 깨우쳤습니다. 어느 날 배가 무인도에 도착했고 사람들은 그 아이를 구출했습니다. 아이는 자신이 발견한 사칙연산을 장황하게 설명하는데 사람들은 이미 다 알고 있는 내용이였죠. 아무것도 없는 무(無)에서 시작하면 이런 비극이 일어난다고 합니다.

그래서 저자는 자료 조사의 중요성을 다시금 강조합니다. 역사 속에서 인류가 축적한 경험과 지식이 거인이고, 그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서서 바라보지 않으면 진보 할 수 없다는 의미죠. 도서관이나 인터넷에서 1차 자료를 찾으라는 이야기는 오로지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서기 위함이라고 합니다.

저는 프론트엔드 개발자라서 다양한 요구사항을 코드로 작성할 일이 많은데 위 내용을 읽고, 모르는 분야에 대해서 코드를 짤때는 자료 조사를 많이 하고 그 자료를 기반으로 코드를 작성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저는 생각보다는 행동으로 실행하는 편이였는데, 그렇다보니 몇 시간동안 고민해서 뿌듯하게 내놓은 결과물이 누군가 이미 만들어놓은 라이브러리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물론 생각을 바로 행동으로 옮기는 실행력을 가졌다는건 굉장한 행운이지만, 더욱 더 좋은 작업물을 만들기 위해서는 실행하고 싶은 욕구는 잠깐 접어두고 자료 조사를 철저히 한 뒤에 거인의 어깨 위에서 상황을 바라보고 행동으로 나서는 것이 더 낫겠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가장 인상깊었던 다나카 히로노부의 철학

그는 글을 쓸때 그 대상을 사랑하기 위해서 노력한다고 합니다. 글을 써야 할 대상을 사랑하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고 하는데 첫번째는 자료를 찾는 동안 사랑할 만한 포인트를 찾는 것 입니다. 두번째는 대충 훑어본 후 사랑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되는 포인트의 자료를 파헤치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애정이 생기지 않는다면 마지막으로 어떤 부분이 어떻게 지루했는지, 무엇을 알 수 없었는지, 왜 재미없었는지를 쓸 수 밖에 없다고 합니다.

이 부분이 인상깊었던 이유는 어떤 대상에 대한 애정이 증폭되기 위해서는 그 대상에게 다가가기 위한 노력을 해야한다는 점이 공감되었기 때문입니다. 위 저자의 경우에는 자료 조사하는 노력을 통해 그 대상을 더 알기위해 노력했고, 그 과정에서 느낀 애정을 글로 표현한 것이죠.

이는 제가 피아노 연주를 좋아하게 된 과정과 참 비슷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음엔 미츠하 테마라는 곡을 쳐보고 싶다는 생각에 피아노 레슨을 받았지만 피아노를 한번도 쳐본적이 없었기 때문에 악보 보는 법부터 시작해서 건반 누르는 법, 왼손과 오른손을 따로 움직이는 방법들을 계속 연습했습니다. 그리고 노력을 지속하면서 피아노에 대한 애정이 점점 더 커졌고, 요즘엔 하루라도 피아노 연주를 하지 않으면 무언가 빼먹은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어떤 대상에게 애정을 가지려면, 그 대상에게 다가가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는 점이 저의 생각과 비슷한 것 같습니다.